돌이켜보면 난 학창 시절에 꽤 문제아로 낙인찍혀 있었다.
사고를 치거나 하는 쪽은 아니고 그냥 교칙을 어기거나 선생님 말을 잘 안 들었다.
숙제 안 하기는 일쑤였고,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도망가고(노래방 가거나 PC방에 서든어택 하러 감)
심지어 들켜서 선생님이 체벌(당시엔 때리는 체벌이 있었음)을 하려 하면 대들었다.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왜 그리 힘들었는지 지각도 밥 먹듯 했다.
오죽하면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밤에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까도 생각했다.
당연히 공부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사실 그 시절이 꽤 재미있었다.
당시 나이키 에어맥스(95, 97), 이스트팩, 리바이스 타입원이 유행이었다.
특히 이스트팩은 당시 학생들 중 1/3 이상이 맬 정도로 대유행이었다.
이스트팩과 비슷한 잔스포츠, 아웃도어도 있었는데 내가 살던 지역에서는 안쳐줬었다ㅋ
주말에 위에 사진에 있는 아이템들에 흰티(노스페이스나 폴로)정도 입으면 꽤 인정해 줬었다ㅋㅋ
암튼 학창 시절 내내 이런 것들만 관심 갖고 살았고 심지어는 이스트팩 장사도 했었다.
다른 학교 친구들한테 괜찮은 색상이 있으면 싸게 매입해서 또 다른 학교 친구들한테 마진판매를 했다.
근데 거래빈도가 엄청 많거나 하진 못했어서 돈을 번 건 아니었고 소소한 용돈? 정도로 끝났었다.
당시에 담배를 피웠었던 시기라 그냥 친구들이랑 담뱃값정도로 여기며 시시덕거리던 기억이 있다.
(사실 저 위에 있는 맥스95, 97은 10년 전쯤에 또 한 번 유행이 왔어서 그때 또 샀던 기억이ㅋㅋ)
학창 시절을 저 지랄로 보내고 성인이 되니 딱히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없었다.
대학이고 뭐고 재미가 없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가? 근데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땐 정말 내 미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줄 알았고 그렇게 느꼈다.
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갔던 친구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잘 살 줄 알았다.
학교 나닐 때 나보다도 공부를 못한 모지리 같은 애들은 당연히 나보다 못 살 줄 알았다.
웬걸? 전혀 아니었다ㅋㅋ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십수 년이 지나고 어딘가에서 또 만나게 되었다.
또 누구를 통해 소식을 듣게 되고 또 우연히 전혀 생각지 못한 모습으로 마주치게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 각자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지금의 자신들을 만들게 되는구나 하게 되었다.
어떤 친구들은 부모덕에 어떤 친구들은 정말 자신이 노력한 데로 또 어떤 친구들은 각자 환경대로 말이다.
외모가 그냥 그래서 결혼도 못하겠지 했었던 친구는 제일 먼저 결혼해서 어느덧 자식이 초등학생이 되고
공부를 잘해서 승승장구할 줄만 알았던 어떤 친구는 의외로 제대로 된 직장 없이 계약직으로 생계를 잇고
싸움을 잘해서 건달이나 할 줄 알았던 친구는 어였단 고깃집 사장님이 돼서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었다.
뭐 사실 큰 틀 안에서 보면 그럭저럭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비슷하게 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 병신같이 살 것 같았던 내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어릴 적 봤던 어른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
나랑 친하게 지내던 이스트팩팔이 동업자 친구도 어느새 공무원이 돼서 잘 살고 있다ㅋ
정해진 미래는 없었다. 적어도 나한텐.
고3 때 학교를 왜 다니나 하면서 수업시간에 잠만 자던 나였는데 그땐 미래가 정해진 줄만 알았다.
우리 부모님도 나 학교 다닐 때 공부 안 하고 맨날 깽판 쳐서(담임이 몇 번 집에 전화함ㅋ)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구실 잘하고 사는 거 보고 놀랬다고 하면서 안심하심ㅋㅋ
물론 공부를 너무 잘해서 의대나 고시패스 한 친구들은 어디서 개가 짖나 하면서 그들만의 삶을 살겠고ㅋ
예외적으로 부모사업 물려받아서 페라리 포르토피노 타고 다니는 고딩동창 새끼 같은 케이스는 제외 ㅜ
다시 한번 더 되뇌는 말은
아직 오지도 않은 혹은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불안과 걱정은 다 쓸데없다는 것
순간순간 생각나는 것들과 마음이 가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면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든 좋아진다ㅋ
그리고 남과 비교하는 삶에 집중하지 말고 내가 주인인 삶에 집중하도록ㅜ(페라리 타고싶엉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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