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한 것들/사색들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게 싫어서

by 흑백인간 2022. 11. 24.
반응형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게 싫어서]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몰입하고 나면 사람이 꼴 보기 싫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혹은 동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난 일을 제대로 안 하고 딴짓하는 사람을 유난히 싫어했음)

난 그런 유형의 사람들을 나쁜사람이라고 단정했었다.

 

근데 이런일, 저런 일을 좀 더 겪다 보니 그 생각의 방향이 조금 바뀌었다.

 

"사회생활에서는 단적으로 착한사람도, 나쁜사람도 없다."

 

그냥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그 사람에게

감정적 혹은 물질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지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려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 그 행동이 나와 이해관계로 엮이게 됐을 때

동시에 나에게도 이익이 된다면 그 사람은 나와 잘 맞는사람이 되는 거고

내 이익에 반한다면 그 사람은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일 뿐인건데

 

그냥 단순하게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면 착한사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면 나쁜사람이라고 구분하고 판단했던 것 같다.

 

실제로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동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은

본인으로 인해 타인이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되려 본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일을 안하는 사람도 본인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확실히 인간은 사실과 관계없이 자신이 보고싶은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속한 조직은 공기업이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업무에 소극적이다.

소극적이기만 한게 아니라 타인에게 굉장히 의존적이다.

이전에 공공기관 서무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서무"라는 문화가 괜히 생기는 게 아니었다.

 

지금 내가 서무인데 부서업무의 7~80% 정도를 처리한다.

나머지 구성원이 2~30%의 업무를 나눠하면서 유유자적한 직장생활을 한다.

글쎄 내 입장에서 그들은 유유자적이지만 그들 생각은 달랐다(바쁘고 힘들다고 함)

이 폐해가 없어지지 않는 근본은 이 생각이 주변인들에게 전염된다는 것이다.

 

업무 중 본인에게 생기는 크고작은 문제가 어렵고 힘들면 '내 일이 아님'이다.

논리적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본인에게 생긴 문제인데 해결사가 따로 있다?

본인이 몰라서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 해결하지 못한 일인 게 맞는데도

항상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해결의 주체를 타인으로 합리화시킨다.

이런 생각은 구성원들에게 전염되어 군중심리와도 같아져 하나의 문화가 된다.

 

난 현재 거의 혼자일을 한다. 누구의 도움도 조언도 없다.

내가 일을 진행할 때 딴지를 거는 사람도 혹은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없다.

결재권자인 부장은 어련히 내가 알아서 하니 서류의 앞장(결재란)에 '서명만'한다.

(물론 가끔 의견차가 있을 때도 분명히 있고, 그땐 설득이 필요함)

 

대부분의 직원들이 군말 없이 하는 업무는 관행에 의해 정형화가 되어있는 업무다.

비정형적인 대외업무나 여지껏 해보지 못한 새로운 업무나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의견을 물어봐서 진행하려 하고 그것도 힘들면 그냥 나한테 전가한다.

 

일을 하면서 토론을 하거나 같이 지식을 나누거나 하는 지적 행동은 없다.

사람들은 그냥 내가 해왔으니 내가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 부서에서 이런 생활을 한지 언 3년 반이 지나가고 있다.

 

같은 회사, 같은 사무실이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누구는 유튜브, 누구는 잡담, 누구는 인터넷 쇼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고 내가 일에 치여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어련히 알아서 소화한다.

(그리고 일이 많아도 치일정도의 업무가 없다)

 

사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진 건 내 자유의지가 아주 크게 작용했다.

 

일을 안 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일을 못한다.

어쩌면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이 중요한 업무를 맡아 처리를 잘못하면 부서 전체가 힘들다.

내가 못 견디는 것 중 하나가 비효율적인 관습, 관행에 끌려다니는 것이다.

특히 내 의지에 반하는 행동들을 강요당하는 걸 용납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난 선택적으로 업무의 대부분을 내가 가져가는 방향으로 절충했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회사에서 개썅마이웨이 하기 위한 결정적인 절충이었다.

그리고 이런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는 것도 공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결국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나한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난 착한사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나쁜사람으로 판단될 것이다.

 

치명적인 단점 : 외로움

반응형

'생각한 것들 > 사색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험의 연속  (2) 2023.01.25
결혼이라는 내키지 않는 숙제  (2) 2022.12.1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0) 2022.10.24
1st Home  (0) 2022.09.27
사람들과 함께 일 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  (0) 2022.09.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