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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것들/사색들

돌아이 같은 내 학창시절 이야기

by 흑백인간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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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 : 중3 수학시간

난 어릴 적부터 수학을 싫어했다.

그래도 극혐까진 아니었는데 극혐으로 바뀐 계기가 있었다.

바야흐로 내가 중3 때, 그땐 수업시간에 체벌(몽둥이질)이 일상이었다.

당시 수학선생은 매 시간마다 숙제를 내줬고 안 해오면 매를 들었다.

책상 위에 무릎 꿇고 올라가게 한 다음 허벅지를 때린다거나

칠판을 잡고 엎드려 뻗쳐를 시킨 후 엉덩이를 때린다거나 등

물론 숙제뿐만 아니라 수업 도중에 문제를 못 푸는 애들도 때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들 때리는 걸 은근 즐기지 않았나 싶다(얼굴에 즐거움이 드러났었음)

그런 일상들이 지속되다 보니 웬만한 애들은 수학 시간이 싫었을 거고

나 역시 싫었는데, 그때 그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냥 그 선생이 싫었던 것 같다.

누구나 그렇듯 16세의 나이쯤엔 사춘기라는 포장된 핑계를 이유로 반항을 시도한다.

당시 상황은 사춘기 소년이 반항을 하기에 너무나도 적절한 환경이었다. 특히 나에게는 말이다.

 

난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뜬금없는 반항을 시도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반항이 아니라 그냥 시기적절한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뭘 배우고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겁나 푸는 거였다(당연 수학이니깐)

 

나 : 쌤!  계산기라는 기계가 있는데 이걸 왜 직접 풀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때 공부 좀 한다는 애들 몇은 카시오 공학용 계산기를 갖고 있었다. 당연히 난 없었지만) 

 

선생 : 성스러운 수학 시간에 누가 계산기를 쓰나? 말같잖은 소리 하지 마.

 

나 : 그럼 이건(계산기) 왜 만든 건데요?

 

선생 : 이 새끼가 왤케 정신을 못차려? 나와 일로

 

100%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이런 대화가 오갔었고 난 앞으로 끌려가 빠따를 맞았다.

당연한 결과지만 중학교 내내 내 수학 성적은 개판이었다.

지금도 열 받는 사실은 계산기를 쓰면서부터 내가 수학을 그리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공대(전기과)에서는 계산기 안 쓰고 수학을 푸는 건 바보짓이다(혹은 천재거나)

 

챕터2 : 고1 물리시간

고1 시절 담임 과목은 물리였다.

물론 난 물리도 싫어했다(좋아하는 과목 체육ㅋ)

때는 바야흐로 여름방학이 오기 직전 가장 텐션이 높을 시즌이었다.

기말고사도 끝났겠다 고등학생이 된 후 첫여름방학이었으니까.

한창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던 중 어느 날 담임이 미친소릴 하기 시작했다.

여름방학 동안 영어단어 쓰기 숙제를 내주겠다는 소리였다.

엥? 이건 뭔 개소린가 싶었다.

다른 반은 아무 조건 없는 신나는 방학을 보내는데 왜 우리 반만?

아니 웃긴 건 물리도 아닌 무슨 영어단어를 써 그것도 방학 때?

거기다 양도 상당했다. 당시 반 애들 모두 다 야유를 낼 정도였다.

여기서 돌아이 같은 난 역시 그냥 넘기질 못했다.

 

나 : 아 전 안할래요.

 

선생 : 뭐?

 

나 : 전 영어단어 별로 당장 안해도 되니까 안할래요.

 

선생 : %@@#$@ 이때 뭐라 했는지 잘 기억 안 나는데 욕 비슷하게 하면서

        하여간 방학 끝나고 안 한 사람은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마?

 

여름방학이 끝나고 보니까 나만 안했더라ㅋ

교무실로 끌려가서 빠따를 맞을 뻔했다.

안맞은 이유는 내가 안맞겠다고 우겨선데 그 일로 부모님 호출을 했다.

웃긴 건 정작 부모님은 선생 호출에 불응했다(선생이 해결할 일에 왜 부모를 호출한다나?)

물론 그날 집에 가서 부모님께 자기 전까지 잔소리를 들었다.

나중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 보니까 생활기록부에 거지같이 쓰여있었다.

내가 당시 우리 반이었던 애들 한 명 한 명 다 만나 영어실력을 확인할 순 없지만

방학 때 영어 숙제를 안 한 나와 그리 큰 차이가 있을까 싶다.

(혹시 한두 명 정도 동시통역사가 돼서 영어 겁나 잘할지도?)

덕분에 난 고1 여름방학을 누구보다 의미 있고 자유롭게 보냈다.

 

사람의 타고난 성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난 현재도 부당한 걸 참거나 의미 없는 행동을 강요당하는 걸 싫어한다.

다만 바뀐 게 있다면 예전엔 내 성질대로 하고 난 후 대가를 치렀다면

현재는 내 성질대로 하고 난 후 되도록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 번째 나 역시 살면서 지식과 경험을 쌓기 때문이고 그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댓가를 치루지 않는 방향으로 상황을 유도하고 조정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세상이 내 성질을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옛날 80~90년대 같았으면 난 벌써 매장당했을 텐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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