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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한 것들/지방공기업

내가 공기업으로 이직 한 이유

by 흑백인간 2020.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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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건 꽤나 적성에 맞았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업무도 종종 해야했었지만 내가 몰랐던 지식을 배우거나

혹은 알고있던 지식을 업무에 접목시켜 문제를 하나 둘 해결하다 보면

나름의 성취감도 들었고 세상을 보는 사고와 시야가 점차 넓어지는게 느껴졌다.

근데 왜 그만두고 성격이 다른 기관으로 이직을 했느냐?

자유 때문인데 정확히 말하면 

 

자유를 얻기위한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잘 모를 땐 대기업, 공기업, 중견기업 이런 타이틀을 따라다녔다.

여기 취업하면 연봉이 얼마지? 한달에 얼마를 쓰고 얼마를 저축하지?

그래도 취업하면 차는 사야겠지? 첫 차는 뭐가 좋을까?

 

취업 후엔 적당히 업무에 충실하면서 나름의 보상을 즐겼다.

월화수목금금금 열심히 일했으니 

나에게 주는 선물로 소비를 한다(옷, 전자제품, 여행 등)

직장 내에서 더 나은 사람, 더 능률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교육에 투자도 했다

(그래야 더 많은 연봉을 받아 소비를 할 수 있으니까)

자격증을 따거나 관련 지식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혹은 어학능력을 키우는 동료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이면 처음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간 열심히 성장해 온 내 능력은 회사를 위해 쓰여질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또한 사내정치, 진급, 부당한 지시들 

그리고 그것들은 자연스레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으로 바뀐다.

 

어느정도 레벨이 올라가면서 업무처리에 있어 주관이 생기기 시작한다.

분명 과장이 하란대로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텐데?

그 문제 고스란히 내가 뒷수습 하게 될 것 같은데?

내 의견을 말해 보지만 묵살된다.

조선시대 부터인가? 고려시대 부터인가? 정확히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나이나 직급이 아래인 사람의 의견이 합리적이라 해도 

쉽게 수용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물론 매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부장을 설득하면 

과장의 의견을 꺾고 내 뜻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그런선택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아마 얼마 안될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한반도의 직장인 대부분은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통 2~3년차 주임, 대리 정도 되는 직장인들 중 100이면 99는 

'그만두고싶다' 입에 달고 사는 걸로 알고 있다.

(연차가 좀 되면 가정이 있어서 그런지 잘 내색 안함)

근데 재밌는 건 팀장(부장 정도), 그러니까 어떤 팀이나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은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단다.

무슨차이냐고?

 

의사결정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중요한 말을 넣자면,

저 위에 쓴 이유로 힘들어서 공기업으로 이직하겠다고 하면 

정말 ㅈ같은 경험을 하게 될 거다.

공기업이 밖에서 볼 땐 천국같고 좋아보이지만 그 안은 물이 썩다못해 오염되어있다.

나는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지방공기업(공사)이라 모든 공기업을 일반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게 비슷할거라 확신한다. 

왜냐고?

안짤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존에 대한 확신이 생겨서 안정감을 얻게되면 다른 욕구를 채우고 싶어한다.

그 욕구의 끝판왕은 바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다.

개인적으로 공무원 공기업의 꼰대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변질되고 도태되어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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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업무강도(업무량 및 난이도)가 현저히 낮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회사에서 쓰던 에너지의 1/3만 써도 충분했다.

제약회사는 특성상 업무에 에너지소모량이 많았다.

더구나 내가 맡은 업무자체가 업무량이 많은 편이어서 야근도 많이 했었다.

근데 그렇게 미친듯이 열심히 해도 결국 그 성과는 회사의 소유가 되더라.

내가 얻는 건 그냥 또 몇% 오를지도 모르는 연봉협상이 전부다.

공기업으로 이직한 후에는 적당히 업무소화를 하면서

남은 에너지를 재테크와 경제적 자유를 위한 공부에 소비했다.

현대사회의 본질인 자본주의에 대해 이해하고 난 후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 공부하고 투자해서 

올해는 연봉을 상회하는 만큼 수익을 냈다.

아직은 회사 문 앞에 침뱉고 나올 수준은 안되지만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는게 느껴졌다.

회사생활에서 얻는 업무적 성장과는 그 본질이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 항체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받은 스트레스의 해소가 아니라 아얘 받지 않는 방법 말이다.

이건 공기업으로 이직해서가 아니라 책을 통해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었다.

업무의 난이도 하향으로 에너지의 여유가 생겨서 그 일부를 독서로 소비했다.

물론 공기업의 ㅈ같은 꼰대문화 때문에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된 거긴 하지만 어쨌든

이전에는 회사에 충실하고 퇴근 후 보상(소비) 그 외 새로운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거나 뭔가 인생에 변화가 필요하다거나 하는 생각들은 수도없이 했다.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한 이유는 뭐였을까?

 

1. 인간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기초로 성장한다.

(능력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거나) 

 

2. 하지만 이 욕구가 너무 강하면 자유와 활동성까지 포기하게 된다.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결국 난 경험을 통해 이 두가지 본성을 몸소 체험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제약업계가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인간은 항상 상대적으로 비교를 하는 습성이 있다.

또한 편향에 의해 주위사람 혹은 언론 매체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으로는 확증편향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업, 공무원의 안정성은 초등학생들도 인정할 정도로 보편화 된 편향인 것 같다.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이제는 잘 안다.

더 재밌는 건 예전에 내가 공기업하고 사기업 대충 비교하는 글에

공기업의 정년보장이 양날의 검 이라고 느껴서 그렇게 적었는데

또 다른 지식과 경험을 통해 내 생각이 옳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게 되었다.

물론 업무강도가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결국 본질은 내 마음가짐에 달렸던 것 같다.

내가 근 몇 년동안 내 인생에 변화를 준 이유는 자유를 얻고 싶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의 모든 의사결정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거지같은 인간들 주위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으며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가 될 지 확신할 순 없지만 지금 재직중인 공기업도 퇴사하는게 목표다.

 

이 글을 굳이 찾아들어와 읽는 사람들은 이제 취업준비를 하는 취준생이거나

혹은 직장인인데 공기업으로 이직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청년

(많아봐야 30대 초중반 이하)일 듯 한데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지레 선입견을 갖거나 취업 전 부터 회의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어차피 정보가 있던 없던 겪게 될 일이다.

본인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에 낙하산으로 입사할 거 아닌 이상

(어차피 그들은 이런이유로 검색할 일도 없겠지만)

내가 이런 글을 주저리주저리 쓰는 이유는 내 글쓰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직장인이 될 친구들에게 

대학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을 소소하게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

물론 여기는 어느정도 반응 정도만 확인 할 정도로 쓸거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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